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9주기를 맞아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밝혔다./연합뉴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9주기를 맞아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밝혔다./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태풍 등 ‘3중고’를 겪는 가운데 주민들 속에서 ‘고위층’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4일(현지 시각)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먹고 살기 힘들어진 북한 주민들 속에서 사기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짜 신분증이나 신임장을 만들어 갖고 다니며 협잡행위(사기행위)를 하는 대상들에 대한 단속 강화 지시가 내렸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RFA 방송에 “일부 불순분자들이 최고지도자의 말씀관철 사업을 위임 받았다는 가짜 신임장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주민 대상으로 협잡행위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를 대책(방지)할데 대한 중앙의 지시문이 내려왔다”며 “중앙의 지시에 따라 사기행위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이번 지시에 따라 가짜 위임장과 신분증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컴퓨터와 인쇄기(프린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관들은 인쇄기를 새로 구입했을 경우, 사법기관에 인쇄기를 등록한 후 사용해야 하며 인쇄기를 등록하지 않고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기관책임간부들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RFA에 “이번에 중앙에서 가짜 위임장이나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협잡행위를 하는 대상들에 대해서는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적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지시가 각 지역 사법기관에 하달되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달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무직인 남성이 가짜위임장과 신분증을 만들어 중앙에서 파견된 간부 행세를 하면서 많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고 사기꾼에게 가짜 위임장을 만들어준 청진의 한 사진관은 모든 장비를 압수당하고 사장은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선 과거에도 고위층을 사칭한 사기범죄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7년 ‘김정일의 처남’ 행세를 하며 외화벌이를 하다 처형된 조선릉라888무역회사 함경북도 지부 외화벌이 책임자 오문혁 사건이다. 김정일의 처남 행세를 하던 오문혁은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 상징물인 ‘구호나무’까지 밀수하다 총탄 90발을 맞고 처형됐다. 이밖에도 북한에선 안전원(경찰)·검사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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