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40대 선장이 수십 년간 몰래 미국에서 송출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북한 당국에 걸려 공개 총살됐다고 RFA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근무교대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조선DB
 
근무교대하는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조선DB

RFA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 사는 40대 어선 선장 최모씨는 수십 년 동안 몰래 RFA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혐의로 지난 10월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미국 연방기관이 북한 뉴스 방송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매체다.

북한 사법당국 관계자는 RFA에 “최씨는 50여 척의 배를 소유한 선장 겸 선주였다”며 “최씨가 함경북도 보위국 조사에서 무전병으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부터 RFA를 청취했다고 자백했다”고 했다. 그는 “최씨는 30대 초반 선장이 되면서 바다에 나오면 외부 라디오 방송을 들었고 일부 나이 어린 선원들과도 함께 방송을 청취한 점을 보위당국이 엄중하게 봤다”며 “최씨가 RFA 방송을 듣게 된 이유는 선장이 된 후 삶의 여유를 찾으면서 군복무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 사례는 북한 노동당에 반하는 체제전복기도 사건으로 규정됐고 최씨는 다른 선장 등 주민 100여 명이 보는 곳에서 공개 총살 당했다고 한다. 또 최씨에게 바다 조업을 허가해준 당 관계자, 보위기관 간부 등은 보직에서 해임되는 등 처벌을 받았다.

또 다른 북한 내 소식통은 “최씨가 특히 먼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가면 주파수를 설정해놓고 계속 청취하다가 귀항한 사실이 (보위국) 조사에서 밝혀졌다”며 “(어린 나이에 선장이 되면서) 평소 함께 배를 타고 일하던 어민들을 무시하던 최씨의 행태에 앙심을 품은 한 어민이 최씨를 보위부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RFA는 지난 8월에도 북한의 한 여군 통신병이 방송을 청취하다가 발각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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