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북한인권법 시행 4주년을 맞아 얘기하고 있다. /한변 제공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북한인권법 시행 4주년을 맞아 얘기하고 있다. /한변 제공

우리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시행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신행정부와 충돌할 수 있다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위원장이 지적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영국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 NK)’이 16일(현지시각) 주최한 온라인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 수정헌법 1조”라며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등) 조치들은 미국 신행정부 정책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 보도했다.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는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한다. 의견이 다를지라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헌법조항이다.

커비 전 위원장은 “북한이 얼마나 이례적이고 끔찍하며 충격적인 정권인지 북한 내 동료 시민들에게 알리는 탈북민들을 막는 행위에 대해 미국 신행정부는 나보다 더 강한 우려를 표명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임 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의원은 2014년 COI 보고서 발간 이후 북한의 인권상황 변화를 조사해 영국 정부에 정책조언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청문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미국 의원들로부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이처럼 강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 문제로 미국 정부와 장기적인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라며 문 대통령이 서명 거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 등 미 의원들도 이번 법에 ‘표현의 자유’ 침해와 ‘북한 인권’ 악화 우려 표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 차원의 조치도 처음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전단금지법이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부터 한미 관계의 ‘뇌관’으로 떠올랐다”는 말이 나왔다

의회뿐 아니라 미 당국도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 우려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8~11일 방한해 대북전단 활동을 범죄화하는 이번 법안에 대한 미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법 통과가 워싱턴의 반발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미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김정은을 달래기(appease) 위해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최근 유엔도 한국이 이 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다. “접경주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전단금지법을 옹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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