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여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유엔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지적하며 개정을 권고했지만, 외교부와 통일부는 법안을 옹호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17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법 시행 전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북전단 금지법은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관여하려는 많은 탈북자와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주장이 부적절하다며 대북전단 금지법을 옹호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퀸타나 보고관의 발언에 ‘유감’ 표명을 했다. 베네수엘라·쿠바·시리아·중국·북한 등 전체주의 독재국가가 인권 문제로 유엔 측과 충돌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한국 정부가 유엔과 부딪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킨타나 보고관은 (이 법이) 다수의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소수의 표현 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 CNN 인터뷰에서 앵커가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미 의원들도 문제 삼고 있다’고 하자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크리스 스미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대북전단 금지법은 시민 자유를 무시하고 북한 탄압을 묵인하는 것이고 한국 헌법과 ICCPR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강 장관이 미 언론을 통해 이에 반박한 셈이다. 전직 주미 한국 대사는 “한미가 다른 문제도 아니고 인권을 놓고 공개적으로 얼굴 붉히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과거 군사 정권 시절에도 흔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외 47개 인권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약해진다”고 호소했다. 또 한국이 최근 2년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다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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