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9주기 금수산궁전 참배… 리선권은 불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일 사망 9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 이후 18일 만이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 간부들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일 사망 9주기 금수산궁전 참배… 리선권은 불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일 사망 9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 이후 18일 만이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 간부들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8월 이후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북한 리선권 외무상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밀려나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7일 “리선권이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파악돼 그 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다만 외무상 직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선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9주기(17일)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자리에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다음 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인민군 대좌(대령) 출신의 대미·대남 강경파인 리선권 대신 대미 협상력을 갖춘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를 외무상에 기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승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리선권의 정치국 후보위원 탈락 여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문제가 리선권의 위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노동당은 국가 권력의 중심이고, 노동당의 핵(核)은 정치국이다. 정치국원은 상무위원 4명, 위원 10여 명, 후보위원 10여 명을 합쳐 30명 정도다. 이들이 북한을 움직이는 핵심 엘리트로, 김정은 주재 정치국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후보위원 탈락은 회의 참석 자격을 잃었다는 의미다.

리선권이 2018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자격으로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회담하며 팔뚝을 들어 보이는 장면. 그는 당시 “(남북 관계 진전을 막는) 팔뚝만 한 나뭇등걸이 있었다”며 이런 자세를 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이 2018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자격으로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회담하며 팔뚝을 들어 보이는 장면. 그는 당시 “(남북 관계 진전을 막는) 팔뚝만 한 나뭇등걸이 있었다”며 이런 자세를 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리선권은 김정은의 ‘대미 정면돌파전’ 선언 직후인 지난 1월 외무상에 발탁됐고, 3개월 후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정부 소식통은 “리선권의 공개 활동은 지난 8월 19일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이때 후보위원에서 밀려났다면 4개월 만의 강등이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대미 정면돌파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군 출신인 리선권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단장을 지낸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밑에서 회담 일꾼으로 ‘육성’된 인물이다. 리선권은 2016년 김영철이 대남 비서에 기용되자 그 지휘를 받는 조평통위원장에 발탁됐다. 남북 대화 국면이 열린 2018년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과 다섯 차례 회담을 가졌다. 그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논란이 됐다. 외교 문외한인 리선권이 지난 1월 외무상에 발탁되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리선권과 달리 부하인 최선희의 입지는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희는 대남·대미 사업 총괄역을 맡은 김여정을 도와 미 대선 후 대미 협상 전략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외무상 후보로 거론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한 내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리선권의 거취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하노이 노딜' 후 리선권을 외무상에 기용한 것은 미국과 협상보다 대미 강경 자세를 보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이제 미국과 얘기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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