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천영우]‘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정은 폭압 체제 수호법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12.1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지난 12월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젯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의 통과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유민주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고 문명국가이기를 거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나오게 된 계기와 과정만 보면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부를 만하다. 김여정이 6월 4일 담화에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거칠게 비난하면서 이를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6월 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정부를 압박하자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주 만인 6월 30일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그러나 이 법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김정은 체제 수호법’으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 공수처법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장치라면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정은의 절대 권력을 영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법이다. 북한을 짝사랑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북한의 폭압 체제를 지켜주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폭거다. 김여정의 협박을 대한민국 헌법보다 더 높이 받들고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법이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팽개치고 억압하는 김정은 편에 서는 반인도적 입법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김정은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과 대화도 필요하고 여건이 허용하면 교류 협력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은 북한의 한반도 평화 파괴 능력을 제거하고 북한 사회와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북한 동포들을 김정은 체제의 사상적 속박과 노예 상태에서 해방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민족적 양심 문제이고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통일이 이를 실현할 궁극적 방법이지만 이전 단계에서 북한 내에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낼 핵심적 수단이 외부 정보 유입이다.

북한의 민초들과 엘리트들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변화에 대한 욕구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지독한 폭압 체제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변화 압력을 무한정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길을 차단하는 것은 2500만 동족을 세계 최악의 폭압 체제하에서 노예처럼 영원히 살아가라고 저주하는 반민족 행위가 된다. 일말의 양심과 이성이 남아있는 당이라면 가해자인 북한 정권을 위해 피해자인 동족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제정신으로 할 수는 없다.

 

일부 탈북자 단체가 생업 차원에서 벌이는 공개적 ‘전단 살포 쇼’를 규제할 근거는 현행법에도 얼마든지 있다. 일부 단체의 전단 발송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북 전단 발송 자체를 불법화하겠다는 발상이 외부 정보에 목마른 북한 주민들을 절망시키는 짓이다. 지난 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한 것은 외부 정보 유입의 효과를 반증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공포심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대북전단금지법은 문명 세계의 보편적 규범으로 되어있는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9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 및 모든 종류의 정보를 접수, 전달할 권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를 근거로 국제 인권 단체들은 분명 이 문제를 유엔에 제소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반인도 범죄의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 정황도 예사롭지 않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내년 중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정상 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지탄받고 북한의 인권 탄압을 두둔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을 욕되게 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야만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헌법적 가치와 북한 주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이 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용단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