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선DB·연합뉴스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선DB·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북한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에게 찍히면 문재인 정권에게도 찍혀 철저히 외톨이가 된다는 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에 찍히면 문재인 정권에도 찍힌다는 의미로 ‘김찍,문찍'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리는 김여정이 지난 9일 강 장관을 실명 비난했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누구도 나서서 옹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저께 김 부부장의 강 장관 공격이 있었다. 어제오늘 현 정부와 집권 민주당에서 누가 강 장관 편을 들어주는지 지켜봤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단 한 사람도 ‘강 장관 틀린 말 한 것 없다'고 옹호해주는 사람이 없다. 김 부부장에게 찍힌 강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찍힌 건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 어떤 장관도 북한에 쓴소리하기 어렵겠다. 오죽하면 ‘김 부부장 하명법'이 다 생겼겠나.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 진두지휘하느라 바빠서 미처 이 사건을 몰랐다고 하시려나”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날 ‘남조선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강 장관이)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강 장관이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 회의 때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말한 것을 트집 잡았다. 김여정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직접 비난한 가운데 ‘6월 담화’의 여파 속에서 잇따라 물러난 통일·국방장관에 이어 외교장관까지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앞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의 6월 담화 2주 뒤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고,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도 같은 달 김여정의 지휘를 받는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의 비난 담화 2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번 담화에 대해 “(북한이) 대북 전단 금지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에 이어 인사권까지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부는 김여정의 강 장관 비난 담화 다음날인 지난 10일 관련 담화에 대해 “강 장관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적 방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김여정이 강 장관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는 취지로, 질문이 3차례 반복됐지만 외교부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김여정의 일방적 비난에 대한 반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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