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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김정은·바이든 회담, 가능할까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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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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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을 찾았다. 그의 고별 방문은 트럼프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비건 부장관은 워싱턴에서 두루 유능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후인 2018년 여름, 비건은 북한 문제 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되어 트럼프의 북한팀에 합류했다. 다들 그가 뭔가 해낼 거라고 했

2013년 12월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당선자가 DMZ 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지역을 바라보고있다./AP 연합뉴스.
2013년 12월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당선자가 DMZ 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지역을 바라보고있다./AP 연합뉴스.

다.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비건은 북한 인사와 지명을 줄줄 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건의 신중함과 성실함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으나 북한은 계속 그를 바람맞혔다. 북한은 제재완화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걸 통째로 줄 수 없다면, 누구와도 마주 앉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끝난 지 한달 이 넘었는데 김정은은 아직 바이든 당선자에게 자기 소개를 하지 않았다. 전례로 보면 북한은 대개 미국 대통령 취임 초 본격적인 자기 소개에 들어간다. 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테스트 등으로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미국의 반응을 기다린다. 어쩌면 지금 북한은 그 비슷한 시나리오를 짜면서 ‘김정은·바이든 정상회담’까지 구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 시절 톱다운 방식 대북 외교에 매료된 문재인 정부 인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검토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초기 트럼프 시대에 망가진 미국 외교를 추스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미 외교위원회(CFR)와 하버드대학이 각각 국무부 회생 처방전이나 다름없는 보고서를 냈다.

바이든 외교에서 북핵 문제 우선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바이든은 포린어페어즈 3·4월호에 실은 “왜 미국이 다시 이끌어야 하는가”란 글을 통해, 미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으로 이란, 시리아 등과 함께 북한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최근 바이든의 첫 외교 시험대는 북한의 도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이 예전에 쓰던 대본을 그대로 쓴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그런데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좀 다르게 접근했다.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던 김 센터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서 북한에 대해 “바이든을 평양으로 초청하라”고 제안했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미사일을 쏘아 긴장을 높여 미국이 대응하게 만드는 해묵은 방법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1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있다./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1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있다./조선중앙TV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등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은 오바마 대통령 때 북핵 문제를 다뤄본 인사들이다. 북한에 대해선 ‘불신’이란 집단 기억을 공유한다. 한국과 함께 일해본 경험도 축적돼 있다. 트럼프 한 사람의 예측 불가능성을 통제하는 데 전력투구했던 우리 외교는 앞으로 더 복잡하고 세련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앤드루 김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이 아닌 싱가포르 회담에서 그냥 걸어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 큰 질문으로 남아 있다”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날 새벽까지도 미·북은 합의문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고픈 트럼프의 열망에 어정쩡한 합의문에 동의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느꼈던 외교의 손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쇼는 쇼일 뿐이다. 싱가포르의 교훈은 비핵화의 길엔 들어서지도 못한 채 북한 핵 능력만 더 키우고 말았다는 실패의 뒷맛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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