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여정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KBS 캡처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여정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KBS 캡처

북한 김정은의 코로나 확진자 ‘0’ 주장을 “좀 이상하다”고 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김여정이 9일 “앞뒤 계산 없는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도 했다. 강 장관은 5일 국제 세미나에서 “코로나가 ‘북한을 보다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두 달 전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해놓고 바닷물이 코로나에 오염된다며 고기잡이와 염전을 금지하는 등 비이성적 통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 주민의 생계 숨통인 대중(對中) 밀무역까지 전부 틀어막았고 중국의 식량 지원마저 거부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북이) 더 폐쇄적이 됐다”고 했다. 북한 집단은 옳은 말을 하면 발끈한다.

6개월 전 김여정은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에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다. 바로 통일부는 “준비 중”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8일 ‘김여정 하명법’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김여정 한마디에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거짓말 같은 실화다. 국방부는 ‘북이 우리 공무원을 총살·소각했다’고 발표했다. “만행을 확인했다”는 표현도 썼다. 그런데 북이 ‘사살은 했지만 소각은 안 했다’고 주장하자 장단을 맞추느라 시신을 찾는 척하는 해상 수색 쇼를 벌였다. 북이 우리 군의 서해 방어 훈련 보도를 비난하자마자 청와대가 군 고위 당국자들을 불러 사실상 질책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6월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거명하며 “경박하고 우매하다”고 비난했다.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북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엔 통일장관이 물러났다. 김여정은 강경화 장관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존재감 없는 외교장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엔 귀를 닫고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김씨 남매의 비난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