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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일·국방 이어 외교장관 거취까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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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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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KBS 화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KBS 화면

지난 6월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는 담화로 남북 관계를 요동치게 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이번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정조준했다. ‘6월 담화’의 여파 속에서 잇따라 물러난 통일·국방장관에 이어 외교장관까지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북한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미국 비난을 극도로 자제하는 가운데 대남 비난을 재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은 강 장관이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 회의 때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말한 것을 트집 잡았다. 코로나 국면에서 극심해진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한 이 말에 대해 김여정은 “주제넘은 망언”이라며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계산한다’는 말은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뜻이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번 담화에 대해 “(북한이) 대북 전단 금지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에 이어 인사권까지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우리 정부 고위 인사들과 두루 교분을 쌓은 북한의 2인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강 장관을 ‘실명 비난’한 사실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강 장관이 지난 4일 개각에서 살아남자 외교부 안팎에선 ‘강 장관이 5년 임기를 채울 것’이란 의미의 ‘오(五)경화’ ‘K5(K는 강 장관 성의 영문 머리글자)’라는 말이 돌았다.

김여정, 강경화 발언
 
김여정, 강경화 발언

앞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의 6월 담화 2주 뒤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고,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도 같은 달 김여정의 지휘를 받는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의 비난 담화 2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이날 김여정 담화로 후속 개각에 관심이 쏠린다. 강 장관 후임으로는 남관표 주일 대사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종종 우리 정부 인사들의 언행을 트집 잡아 각종 담화·성명을 발표하지만 ‘백두 혈통’이 직접 나선 전례는 찾기 어렵다. 북한은 강 장관의 발언을 ‘최고 존엄’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고강도 제재 속에서 유일한 ‘경제 젖줄’인 중국과의 교역 중단도 불사하며 국경을 완전 봉쇄하는 등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과도할 정도의 방역 정책을 쓰고 있다. 이런 흐름은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강 장관이 이런 자기들의 노력을 무시·조롱했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했다.

다만 김여정의 이날 담화는 지난 6월보단 비난 수위가 낮다. 6월 담화는 북한 전(全)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등 모든 북한 매체가 보도했지만, 이번 담화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만 보도했다. 대대적인 ‘남조선 때리기’ 여론몰이 상황은 아닌 것이다. 또 6월 담화는 “주인(한국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협박·비난을 쏟아냈지만 이번 담화는 강 장관만 겨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강 장관의 만남(11일)을 앞두고 발표한 점을 주목한다. 비건 부장관은 미 정권 이양기 한반도 상황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놓고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 편에 서지 말고 북한을 위해 분발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미 대선 이후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 ‘극도로 발언에 신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 달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각별히 입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미국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만만한 남조선에만 역정을 낸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월 미국을 다녀온 서훈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미국산 삽살개’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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