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을 정조준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9일 담화는 대남 사업 복귀 선언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지난 6월 초 ‘대남 사업 총괄역’이란 타이틀을 내세워 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담화를 시작으로 한 달 내내 대남 비방전을 주도했으나 그 뒤로는 소식이 뜸해졌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김여정(왼쪽)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KBS화면 캡처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김여정(왼쪽)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KBS화면 캡처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여정은 지난 6개월간 코로나 방역·수해 복구 등 국정 운영 전반을 손수 챙기며 친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분신(分身)’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공개 활동도 줄여가며 미 대선 이후 추진할 대남·대미 전략 구상에도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지난 7월 말 노병대회 참석 이후 두 달간 김정은의 공개 행사 관련 수행을 중단하고 방역·수해 문제를 총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주요 참모를 이끌고 김정은을 대신해 여러 차례 수해 지역 등을 찾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 국감에서 “김정은 통치 방식이 현장 지도에서 정책 지도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김여정의 업무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식 후계 수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2인자로서 김여정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8월 김정은이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에서 대남·대미 업무의 일부를 김여정에게 넘겼다며 ‘위임통치’란 표현을 썼다.

 

김여정은 그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과 함께 미 대선 후 대미 정책 수립에도 매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희가 수개월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도 김여정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대미 협상 전략을 짜는 데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여정은 그간 권한이 커진 만큼 내년 초 8차 당대회에서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받을 가능성이 커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중앙위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정치국 위원, 당중앙위 부장급 자리에 기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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