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선DB·연합뉴스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선DB·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는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전단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담화 직후 정부·여당에서 밀어붙인 법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북전단금지법’ 통과가 목전인 이날 오전 김여정은 새로운 담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은 김여정 하명(下命)에 따라 헌법에 위배되는 대북전단금지법까지 만들었으니, 이 참에 강 장관도 경질해서 확실한 충성심을 보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명명했다. 김여정이 지난 6월 4일 담화에서 우리 측에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하자, 여당이 법 개정을 밀어붙인다는 주장이다. 당시 김여정은 탈북자들을 가리켜 “그것들이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우리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면서 “(남조선 당국은)쓰레기들의 광대놀음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자 통일부는 4시간30분만에 예정에 없던 긴급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청와대도 “대북 삐라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민주당은 지난 8일 접경 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금지가 골자인 ‘대북전단금지법’(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으로 이날이나 늦어도 오는 10일까지는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킬 것이 확실시 된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존심 상해도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면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북한 요구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 김씨일가(一家)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상책(上策)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여정은 대북전단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지 6개월만인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강 장관이 지난 5일 (현지 시각)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 지역 국제안보포럼 ‘마나마 대화’에서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김여정이 ‘강 장관을 자르라’고 요구한다면 과연 우리 정부가 거절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 소속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북한이 우리 국민을 총으로 쏴 죽일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굴다가, 김씨 일가의 하명이 떨어지면 득달같이 법률까지 뜯어고치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민 낯”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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