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9일 6개월만의 담화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인 강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 장관은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에서도 살아남으며 원년 멤버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선 강 장관이 5년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오경화’나 ‘K5(K는 강 장관 성의 이니셜)’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김여정이 강 장관을 콕 집어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 “두고 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치명상을 입게됐다는 관측이다.

특히 코로나 방역과 백신 등을 고리로 남북 협력 재개를 추진하는 문 정부에도 당분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방역 수준을 평가하는 듯한 강 장관의 발언에 확진자가 없다 주장하는 북한의 자존심이 굉장히 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연초로 예상되는 후속 개각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여정이 지난 6월 담화를 통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개성 남북연락공동사무소 폭파를 시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시한 바 있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도 “자중하라”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이 나온지 3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외교부는 이번 담화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동향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 오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논의한다. 이번 김여정 담화가 대화 주제로 오를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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