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들이 지난 1년 동안 중국으로 불법적으로 수백 차례 석탄을 직접 실어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북한이 이같은 불법 수출을 통해 올해 3분기까지 4000억원 가량의 수입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석탄 불법 운송 혐의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가 지난 7월 중순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에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석탄 불법 운송 혐의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가 지난 7월 중순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에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WSJ은 미 국무부 고위 관료들과의 인터뷰와 국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북한 선박들이 지난 1년 동안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저우산(舟山)으로 수백 차례 석탄을 실어날랐다고 보도했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석탄 수출을 금지하면서, 북한은 그동안 유엔 감시를 피하기 위해 외국 국적 선박을 동원하거나, 해상에서 석탄을 다른 선박으로 환적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나 국무부가 WSJ에 제공한 지난 8월 촬영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깃발을 달고 석탄을 실은 여러 선박들이 닝보와 저우산 가까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공연하게 석탄을 불법 운송하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중국 깃발을 단 바지선들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미 국무부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제 북한은 (석탄 불법 수출을) 특별히 위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중국도 북한이 국제 제재를 견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더이상 석탄 거래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직접 운송은 2017년 제재 채택 이후 처음 목격하는 큰 변화”라고 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는 북한이 올해 1~9월 동안 410만 미터톤의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는 2017년 유엔 안보리의 석탄 수출금지 이전의 비슷한 기간과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석탄이 톤당 80∼100달러에 팔렸다고 볼 때, 올해 북한의 석탄 수출액이 3억 3000만∼4억 1000만 달러(약 3585억∼4455억원) 범위라고 추정했다. 이같은 수익은 북한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 무역을 줄이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고도 했다.

외신은 “이외에도 중국이 북한 노동자 2만명을 계속 고용하고, 석탄 외에 북한산 해산물과 기계류도 불법 수입한 것으로 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의 불법 무역은 북한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를 반대하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는 특별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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