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18일(현지 시각) 유엔에서 채택됐다. 우리 정부는 “제반 상황을 감안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코로나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더 제약받고 있다는 우려가 새로 제기된 가운데 두 달 전 서해 공무원 총살·소각 사건을 겪고도 정부가 북한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투표 없이 컨센서스(만장일치) 형식으로 채택됐으며,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16년 연속 채택됐다.

결의안은 북한 내 살인과 고문, 조직적 납치, 종교·표현·집회의 자유 제약 등을 언급하며 ‘가장 책임 있는 자(김정은 국무위원장)’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인간쓰레기 탈북자들이 날조한 거짓된 허구 정보를 적국이 짜깁기한 것으로, 북한에는 인권침해가 없다”고 반발했다.

육참총장, 美8군사령관과 팔인사 - 남영신(왼쪽) 육군참모총장이 1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6회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 심포지엄’에서 윌러드 벌레슨(오른쪽) 미8군 사령관과 팔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육군
 
육참총장, 美8군사령관과 팔인사 - 남영신(왼쪽) 육군참모총장이 1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6회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 심포지엄’에서 윌러드 벌레슨(오른쪽) 미8군 사령관과 팔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육군

유럽연합(EU)이 작성을 주도한 이번 결의안에는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58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반면 당사자 격인 한국은 빠졌다. 외교부는 19일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동 제안국 불참 결정을 놓고 외교가에선 “해수부 공무원 총살 사건 피해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최소한의 외교적 노력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침 올해 결의안에는 “코로나와 같은 보건 위기와 제한적인 자연재해 대처 능력 때문에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위태로운 인도주의적 상황에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문구가 새로 담겼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서해 공무원 총살 사건이야말로 결의안에서 말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북한 내 인도주의적 위기’에 딱 들어맞는 사례”라고 했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공동 제안국 참여를 끝내 거부했고, 별다른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유엔 주재 독일 대표부가 “코로나 때문에 외부 세계와 접촉이 줄면서 북한 주민의 자유가 더욱 제약받고 있어 인권 상황 전망이 매우 참담하다”고 밝히는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챙기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7일 우리 정부에 ‘혐의 서한(allegation letter)’을 보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킨타나 보고관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유가족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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