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측 인사를 만나 대북 정책에 있어 상향식, 하향식 접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상향식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포스트 대선’ 의원 외교를 내세워 미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이번 방미(訪美)의 성과와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송영길 단장을 비롯한 김한정, 윤건영 의원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송영길 단장을 비롯한 김한정, 윤건영 의원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소속 송영길·김현정·윤건영 의원은 17일(현지 시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민주당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송 의원은 비건 부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북 관여 정책은 고립된 북한을 국제 사회로 끌어낸 의미있는 첫 발이었다”고 했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며, 6·15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이정표가 돼 한·미 모두 어느 정부라도 상관 없이 남·북·미 관계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 대화하는 데 있어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 두 방식 간 상호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직업 외교관, 이른바 커리어 디플로맷(career diplomat)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은 실무 협상부터 시작하는 하향식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송 의원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을 트럼프 행정부 관료 앞에서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송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데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의원단은 이와 함께 남북경협 재개와 대북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발언도 했다. 김한정 의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공 배경에는 현대그룹의 대북투자라는 ‘비즈니스’ 요소가 기여했다”고 평가한 뒤 “비핵화 협상에 북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당근’을 함께 주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 측은 그동안 정강정책 등을 통해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제재 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민주당 의원단은 20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며 여러 인사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대미·대북 정책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은 아직 잡히지 않아 방미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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