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통신 사업을 하는 이집트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이 최근 주(駐)이집트 한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6억달러 수익을 거뒀는데도 북한 당국의 반대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가져오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사위리스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소 세 차례 만나는 등 수차례 방북한 대표적 대북 사업가다. 그가 한국 외교 사절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가 국회 외통위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홍진욱 이집트 대사는 지난달 5일 대사관 실무자 2명과 함께 카이로의 오라스콤 사옥을 방문해 사위리스 회장과 면담했다. 홍 대사는 이집트 정세 및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한국 기업의 활동 지원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오라스콤의 대북 사업에 관한 내용도 언급됐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사위리스 회장은 “오라스콤의 대북 이동통신 사업 투자로 6억달러 안팎 수익금이 생겼지만 북한 당국의 반대 등으로 해외 반출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오라스콤 측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해외 송금이 불가능하다. 6억달러를 주고 싶어도 못 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외교·정보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이 돈을 수년 전 여러 경로를 통해 송금할 수 있었다. 외화 확보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지급을 지연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위리스 회장은 오라스콤이 약 2억1500만달러를 투자한 평양 류경호텔 관련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스콤은 류경호텔의 조속한 완공을 희망하지만 건설 자재 조달 문제로 북한 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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