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 “북한이 현시점에 도발을 감행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바꾸려고 한다면 그것은 가장 불행하고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비건 부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란 초유의 사태 속에 신 행정부 출범 때까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라는 임무를 맡은 국무부 2인자가 ‘경거망동 말라’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 반 동안 자신이 총괄해 온 대북 협상 과정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미국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미북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엔 “대통령 개표 절차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이라 (북한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를 위해 동맹의 ‘재활성화’(rejuvenate)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이 5000만 한국인을 인구 2500만 북한에서 지켜주기만 하는 형태의 동맹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다음 세대 동맹으로 진화하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 이익의 목적에 들어맞도록 동맹 형태를 바꿔나가기 위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착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국의 ‘더 많은 기여’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한국의 초기 코로나 확진자 데이터가 미국의 코로나 유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4월에 코로나 유행에 처음 직면했을 당시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코로나 확진자 데이터를 보내준 덕에 코로나 대응책을 짜고 여름철 이후 미국 코로나 유행을 억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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