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2020년 11월 11일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앤드루 김 前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과 함께 직접 만났던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ALC] 2020년 11월 11일 서울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앤드루 김 前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과 함께 직접 만났던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11일 “북한이 바이든(미 대통령 당선인)을 평양에 초대하겠다는 파격을 사용하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북 협상의 막후 주역’이라 불렸던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시기에 미사일로 주목받는 건 많이 썼던 방법이라 미국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CIA에서 28년간 근무하며 북한 문제를 주로 다뤘고, 2017~2018년 격동의 미·북 관계 막후에 항상 그가 있었다. ALC 참석을 위해 직접 서울을 찾았다. 이날 세션은 강인선 조선일보 외교안보·국제 에디터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총 다섯 차례 만난 김 전 센터장은 “(김정은이) 긴장하지 않고 아주 편하게 대화를 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가 45분이나 함께했는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 믿어야 한다’고 대답하자 김정은은 배석해 있던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당신 보스가 나를 믿겠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 직전까지도 강한 언사로 김정은과 북한을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을 가리킬 때 할아버지·아버지란 얘기를 하지 않고 ‘선대(先代) 지도자’라는 단어만 사용했다”며 “구분이 굉장히 확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대해서도 공식 석상에선 ‘부부장’으로만 불렀다고 한다.

그는 김여정에 대해선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의전을 신경 쓰지 않는 소탈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김여정이 잇따라 대남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을 두고는 “내부에서 다른 면모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국내 정치용’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센터장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겠다’고 말한 것이 북한에서 반향이 컸다”며 “엉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얘기해 볼 만하다고 (북한은) 생각했다”고 했다. ‘대북 협상 기간 다르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순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싱가포르 회담을 꼽으며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거다 아니다 장담은 못 하지만 하노이 때처럼 그냥 걸어나왔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라고 했다.

김 전 센터장은 2017년 북한이 핵·미사일 폭주로 한반도를 전쟁 직전 상황까지 몰아간 것을 두고 ‘연초 김정은 신년사 때부터 정해진 북한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기 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화염과 분노’ 경고에도 정해진 시간표대로 핵 무력 증강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에 제안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종전 선언에 대해 “평화협정 등이 뒤따라야 하고 번복하면 그만”이라며 “종전 선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 때) 얘기가 오고간 적이 있고 제일 쉽게 보여 한국 정부가 돌파구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데 대해 “먼저 리드하려다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을 두고 바이든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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