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 차례 만난 결과를 성과로 여기면서 바이든 시대에도 종전 대북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계승할 대북 ‘성과’라는 것이 뭔가. 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확인했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트럼프도 “북핵을 빠른 시일 내 없앨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김정은을 만났다. 그러나 북핵이 단 한 발이라도 없어지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증강하고 있다. 지난달 북 열병식에는 ‘괴물 ICBM’과 함께 남한 전역을 핵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3종까지 등장했다. ‘성과’라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사기임을 확인한 것과 트럼프·김정은의 쇼 사진뿐이다.

그사이 3대 한·미 연합 훈련이 모두 없어졌다. 트럼프가 훈련을 “돈 낭비”라고 하자 김정은은 남한 경고용이란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며 파안대소했다. 우리 육·공군은 지난 3년간 미군과 제병(諸兵) 협동 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아 주한 미군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까지 했다. 2년 전 남북 군사 합의로 확대된 비행 금지 구역 때문에 우리 무인기의 대북 감시 능력이 급감했다. 최전방 훈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군대는 북한은 물론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리고 있다. 북 남침 때 첫 목표가 될 군 지휘·통신망마저 스스로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안보 태세가 대북 성과인가.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대북 정상 외교를 “무의미하다”고 비판해왔다. “핵 능력 축소를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김정은을 만나겠다”고도 했다. 김정은을 줄곧 ‘폭력배(thug)’라고 불러왔다. 트럼프와 거의 ‘내전’에 가까운 선거전 끝에 승리한 만큼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속도를 낼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불복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성과 계승’을 다른 사람도 아닌 바이든을 향해 말한 것이다. 바이든 측이 이를 어떻게 보겠나. 어이없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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