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조선일보 주최 ‘제11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을 앞두고 9일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확고한 결과를 성취할 수 있을 때에만 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바이든은 북한의 비핵화를 중시하며 외교적 해법을 원하지만, 해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바이든 진영의 참모들과 두루 가깝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모두 증강됐고 한국도 대화에 더 열려있기 때문에 바이든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른 외교적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서기보다, 대북 제재를 계속하며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다만 “북한과 좋은 대화를 하려면 북한이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 초반 일정 기간은 핵·미사일 실험을 피해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바이든 측에 전략을 세울 시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에 신행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도발했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큰 정상회담을 몇 번 해봤으니 다를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바이든에게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동맹 관계가 될 것”이라며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트럼프가 요구했던) 50억달러처럼 말도 안 되는 액수가 아닌 훨씬 합리적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든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삼국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한·일 간에도 더 많은 대화를 하도록 촉구할 텐데 모두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종전 선언’에 대해 윤 전 대표는 “바이든이 신중하게 검토해 보지 않고 서둘러서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 선언은 바이든 진영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며 “한·미 정부가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의 말을 들을 것”이라며 “미군이 전작권 전환에 동의하면 바이든도 동의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미군이 동의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 임기 내인) 1년 안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해 윤 전 대표는 “중국과 경쟁할 것이고 매우 대립적 문제들도 있겠지만 트럼프처럼 협박하는 태도나 흑백 논리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보건이나 기후 변화 같은 문제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5G 같은 민감한 기술 문제에서는 훨씬 더 경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서유럽, 호주, 한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과 연대(coalition)를 형성해서 중국에 대해 양자적 접근보다 다자적 접근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표는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할 때 외교 정책에 별 경험이 없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지내며 아시아와 북한 정책에 많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고위직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 애브릴 헤인스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같은 오바마 행정부 사람들이 중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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