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 이틀째인 9일에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정상 간 개인적 친분과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을 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실무 협상을 우선순위에 둔 보텀업(bottom up·상향식) 방식을 중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국 반응을 떠보기 위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 2월 2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시진핑과 세계 어느 리더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위구르족 1백만명을 재교육 캠프로 보낸 폭력배다"라고 했다. /CBS유튜브
 
올 2월 2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시진핑과 세계 어느 리더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위구르족 1백만명을 재교육 캠프로 보낸 폭력배다"라고 했다. /CBS유튜브

실제로 북한은 미 대선이 치러진 후 번번이 도발을 감행했다. 공화·민주당 정권을 가리지 않았다. 북한은 1992년 11월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이듬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2004년 11월에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하자 이듬해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 11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듬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 그해 5월엔 2차 핵실험을 했다. 2012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하자 한 달 뒤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그 두 달 뒤에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 대선 국면이었던 2016년 9월 5차 핵실험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 6차 핵실험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이어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국 조야(朝野)에선 이번에도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거나 신형 잠수함 진수식 때 신형 ICBM의 다탄두 재진입 기술 시험을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당선 소식이 알려진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갖춘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도발은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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