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금연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북한이 금연법을 제정하면서 애연가(愛煙家)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흡연 모습을 매체에 공개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6월 소년단 제8차대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서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6월 소년단 제8차대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서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통신에 따르면 채택된 금연법은 조문 31개로 구성됐으며 극장·영화관 등 공공장소, 보육 기관, 교육 기관, 의료·보건 시설 등에 금연 장소를 지정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앞서 2005년 ‘금연통제법’을 제정하고 금연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김정은이 공식 장소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금연 분위기’ 조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해 반소매 내의를 입고 왼손에 담배를 쥐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해 반소매 내의를 입고 왼손에 담배를 쥐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특히 김정은은 집권 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동당의 주요 회의와 미사일 발사 실험은 물론 학교와 유치원 등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방문해서도 담배를 피웠다. 심지어 병원은 물론 임신한 부인 리설주의 옆에서도 흡연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그대로 공식 매체에 노출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18년 방북 때 김정은에게 금연을 권유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는 일화도 있다.

 

김정은이 애연가라는 사실은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의해 알려진 바 있다. 후지모토씨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술·담배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금연을 강조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되면 금연 운동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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