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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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북한이 아동에게 시키는 강제노동을 ‘방과 후 활동’이라고 표현해 북한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자아비판 시간인 ‘총화’는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아동 인권 착취를 이렇게 포장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내용을 확인하고서도 “과한 표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 3일 공식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라는 카드뉴스를 올렸다. 그 안에는 “북한은 모든 학생이 과외활동을 시작 전에 다 함께 ‘총화’ 시간을 가져요. 하루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죠”라는 내용이 있었다. 총화는 북한 용어로, ‘김정일 말씀’ 등을 통해 자신과 동료들 반드시 비판하는 시간이다. ‘자아비판’이라고도 불리며, 북한 주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북한 학교에서의 총화는 이런 과정을 학습하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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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에는 “방과 후 과외 활동으로 북한 학생들은 소조활동, 사회의무노동을 주로 하는데요”라며 “사회의무노동으로 방과 후에 나무 심기, 모내기 등을 하는데요, 학생들에게 교육과 생산노동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 여자 어린이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된 모습. 윗 사진은 철도위에서 돌고르기 작업, 아래 사진은 나무와 천막 등이 실린 실은 수레를 끌고 있는 모습. /갈렙선교회 제공
북한 여자 어린이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된 모습. 윗 사진은 철도위에서 돌고르기 작업, 아래 사진은 나무와 천막 등이 실린 실은 수레를 끌고 있는 모습. /갈렙선교회 제공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비판하는 북한 아동 강제노동 문제를 통일부가 미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의 5살 이상 어린이들은 농사와 청소와 같은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15세 또는 16세부터 강제노동 시스템에서 광산일과 같은 가장 힘든 노동에서도 면제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도 매년 발표하는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 공장이나 농장에 배치돼 강제노동을 받는 학생들이 영양실조와 탈진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이 내용을 담은 통일부 인스타그램 카드뉴스에는 약 150개의 댓글이 달렸다. “제발 이런 것들을 아이들이 현혹되기 쉬운 그림체로 미화하지 말아라” “아동 강제노역을 무슨 사회의무노동이라면서 설명하느냐, 대한민국 정부부처 맞느냐”는 댓글이 올라왔다. 일부 이용자는 지인을 태그하며 “북한 가서 방과후 활동 할래?”라고 비꼬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카드뉴스 7장을 보여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장관은 김 의원의 설명을 모두 들은 뒤 “우선 살펴보겠다”며 “예시나 내용 등과 관련해 과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하고 특별한 해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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