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북한에 피살된 우리 공무원을 수색하고 있다.
해경이 북한에 피살된 우리 공무원을 수색하고 있다.

해경이 북한군에 총살된 우리 공무원의 시신 수색 작업을 41일 만에 중단했다. 실종된 9월 21일 이후 선박 1300여 척, 항공기 230여 대를 동원하며 뒤졌지만 시신 흔적은 고사하고 부유물 조각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애초에 건져낼 시신이나 부유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피살 이틀 뒤 “북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방독면 쓴 북한군이 기름을 부었다”는 자세한 묘사와 함께 ‘만행 확인’이란 표현까지 했다. 한·미 정보 자산 등을 바탕으로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직후 북이 ‘소각은 안 했다’고 주장하자 국방부 장관이 “소각은 추정”이라며 군 공식 발표를 사실상 뒤집어버렸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우리 국민을 처참하게 살해한 북이 되레 ‘남조선 군부가 시신 소각 안 했다는 진실을 밝혔다’고 큰소리치는 지경이 됐다.

실종 직후 청와대와 국방부가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해군·해경수색대는 엉뚱한 곳을 헤매다 구조의 골든타임 6시간을 허비했다. 국제상선 통신망으로 북에 ‘돌려보내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북이 ‘소각은 안 했다’고 하자 정부는 실종 때의 2배인 함정 39척과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시신을 찾는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마저 ‘영해 침범 말라’고 엄포하는 북 눈치를 살피느라 NLL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야간 수색에 필수인 조명탄도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북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고 수색 쇼를 한 것이다. 여기에 낭비된 인력과 세금은 또 얼마인가.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 “나라는 뭘 했나”라고 물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41일간 기다린 수색 쇼 결과가 무엇인가. 정부는 공무원을 ‘월북자’로 몰았고 극렬 여당 지지층은 ‘월북이 자랑이냐’고 유족에게 악플 공격을 퍼부었다. 공무원 형은 “북한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만행이 더 끔찍하다”고 절규했다. 북은 “총살은 주민 관리를 못 한 남한 책임”이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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