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틀은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계속되겠지만, 바이든이 당선되면 ‘동맹 중시 국제주의' 외교로 회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스타벅스 앞에도… 워싱턴 상가들 나무 방어막 -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10월 3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있는 상가에서 인부들이 나무로 된 안전판을 설치하고 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선 전후 시위를 우려해 안전판을 설치하는 상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타벅스 앞에도… 워싱턴 상가들 나무 방어막 -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10월 3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있는 상가에서 인부들이 나무로 된 안전판을 설치하고 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선 전후 시위를 우려해 안전판을 설치하는 상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 8월 발표한 ‘집권 2기 어젠다’를 통해 재선될 경우 “끝없는 전쟁을 중단하고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것을 외교 분야 첫 공약으로 제시했다. 두 번째는 “동맹국들에게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8월 기자회견에선 "(재선된다면) 북한과 아주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달성되기 전에 종전 선언을 통해 주한미군을 감축하려 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년간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도 주한미군 감축의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처럼 집권 1기 때 트럼프가 성급한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말린 참모들이 사라진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재선 시, 군대를 동원한 시위 진압에 반대했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한때 ‘예스퍼’라고 불렸던 에스퍼가 경질될 정도면, 집권 2기는 그야말로 ‘트럼프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북 접근법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마지막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핵 능력을 축소한다고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을 쉽사리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반드시 대북 정책의 강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바이든의 최측근인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작년 2월 미국 공영 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북한이 실제로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있다고 믿기에는 매우 회의적”이라며 “현실적 기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화당 행정부가 설정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란 목표는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라이스는 또 “(대북) 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힘을 통해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진영이 트럼프와 차별화하려고 가장 노력하는 것은 동맹 정책이다. 바이든은 지난 9월 미군 ‘성조지’ 인터뷰에서 "내가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화를 들고 (동맹국) 정상들에게 전화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를 믿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이너서클’에서 라이스와 함께 강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에 따르면 이런 동맹 정책은 대중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블링컨은 지난 7월 허드슨연구소 웨비나에서 “중국은 미국이 가진 힘의 원천이 동맹이라고 보는데 트럼프 대통령 정책은 우리의 핵심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강화시킨 것이 아니라 약화시켰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바이든이 당선되면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맺은 동맹과 파트너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 시 라이스·블링컨처럼 오바마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오바마 키즈’의 복귀와 함께 외교·안보 분야의 여풍(女風)이 불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차관이 바이든 당선 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라이스가 국무장관, 플루노이가 국방장관이 되면 최초로 ‘여성 양대 장관’ 시대가 열리게 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