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총살당해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 이모(18)군이 사망한 아버지에게 쓴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이군은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라며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해경의 발표를 비판했다.
토요일인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6번 출구 인근에서 ‘피살 공무원 추모 집회’가 열렸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집회 중에 조카 이군이 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독했다.
편지는 이군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를 부르며 시작된다. 이군은 지난 9월 20일 아버지의 실종 이후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회상했다. “공부 잘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어요”라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엄마와 저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시간이었는지 아빠는 그곳에서 다 보고 계실 테니 아시겠죠?”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이 한 달간 겪은 세간의 억측과 풍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하며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를 하네요”라고 했다.
이군은 두 차례의 브리핑에 걸쳐 A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이라고 발표한 해경을 비판했다. 이군은 “대통령 할아버지가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또다시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차오른다”고 했다. 앞서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종자 A씨는 출동 전후에 수시로 인터넷 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깊이 빠졌고, 실종 직전 동료와 지인 30여명에게 받은 꽃게 대금(약 730여만원)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군은 편지 말미에 “누가 뭐라 해도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아빠를 잘 알기에 아빠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며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할게요”라고 썼다.
이날 집회는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 동안 30여명 규모로 진행됐다. 집회에선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씨 부모가 보낸 편지도 낭독됐다. 웜비어씨 부모는 편지에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이래진씨와 적극 연대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