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북한군에 총살당해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22일 다시 밝혔다.

해경은 이날 인천 연수구 해경 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실종자 이씨가 최근 15개월 동안 591차례 도박 자금을 송금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빠져 있었고, 동료와 지인 34명에게서 꽃게를 사 주겠다며 받은 돈을 마지막 당직 근무 직전에 도박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해경은 이씨가 작년 6월부터 실종 직전까지 월급과 금융기관, 지인 등에게서 빌린 돈을 합해 총 도박 자금이 1억2300만원이라고도 했다.

월북 근거가 된 ‘배에 남은 슬리퍼’에 대해서도 감식 결과를 공개했다. 해경은 이씨가 자기 슬리퍼를 벗어 놓았다는 것을 ‘실족’이 아니라 스스로 월북한 근거라고 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씨가 슬리퍼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안전화를 신고 있었고, 그 안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안전화를 신은 채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해경은 이날 “이씨가 근무했던 무궁화 10호에서 발견된 슬리퍼에 대한 국과수 감식 결과 여러 사람의 DNA가 발견됐다고 통보받았다”면서 “이씨가 해당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동료 2명의 진술이 있다”고 했다. 슬리퍼는 이씨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경은 또 이씨가 실종 전날인 지난달 20일 어선 검문 검색 때 그가 배에서 붉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를 찾았다며, 사진도 추가로 공개했다. 운동화를 이씨 선실에서 발견했다고도 했다. 당시 운동화는 선실에 벗어둔 채 슬리퍼를 신고 있다가, 슬리퍼를 벗어 놓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씨의 형 이래진(55)씨는 본지 통화에서 “해경의 오늘 브리핑은 말 그대로 소설”이라며 “어떻게 수사기관이 이렇게까지 소설을 쓸 수 있느냐”고 했다. 이씨는 “새로 찾은 게 없으니 오늘 브리핑에서 또다시 ‘도박빚’으로 논점을 끌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 8일 받은 동생의 유품 목록에 작업 중 신었다는 ‘안전화’가 없었다는 것도 실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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