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조선일보DB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조선일보DB

통일부가 지난달 북한에 의한 해수부 공무원의 피살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심’ 단계의 위기경보 조차 발령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정부가 우리 국민 희생에 무감각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22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통일부가 해수부 공무원의 피살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공무원 피살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새벽 1시쯤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 석상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우리 국민의 북한 수역 내 피살 사실을 인지하고도 ‘북한 내 우리 국민에 대한 돌발사태에 따른 매뉴얼’에 명시돼 있는 위기경보 첫 단계인 ‘관심’ 경보조차 발령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이 매뉴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북한지역에서 사망 또는 실종·나포 등의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통일부는 즉각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의 위기 경보를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령하도록 돼 있다. 이 매뉴얼은 지난 2006년 처음 만든 것으로, 문재인 정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개정됐고 현재 통일부에서 3급 비밀문서로 분류해 관리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해수부 공무원 피살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통일부 측은 “이 매뉴얼은 개성공단 또는 관광객 등 북한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에 대한 돌발사태 시 적용되는 것으로 이번 해수부 공무원의 피살은 북한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에 대한 돌발사태가 아니기에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또 통일부는 2018년 처음 수립돼 3급 비밀문서로 관리 중인 ‘북한 수역 내 우리 민간 선박 나포 상황 매뉴얼’도 보유하고 있지만, “해수부 공무원 피살 건은 우리 민간 선박의 나포 상황이 아니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다.

김기현 의원은 “통일부는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무능 그 자체의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돌발변수가 많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통일부가 매뉴얼에 적시된 문자적 해석에 급급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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