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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공무원 형, 웜비어 부모에 답장 “무한한 연대의 정”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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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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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가 22일 고(故) 오토 웜비어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무한한 연대의 정(情)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8일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편지를 보내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고 밝힌 데 대한 답신이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7년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졌다.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가진 강경화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가진 강경화 장관과의 면담을 마친 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이날 본지를 통해 공개한 답장 편지에서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反)인도 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며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월북자 가족이라 손가락질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고, 여덟 살 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안다”며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본다”고 했다.

이씨는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웜비어 부부는 편지에서 “국민이 외부의 적대적 행위로 다치거나 죽었을 때, 지도자가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씨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正義)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웜비어 부부는 2018년 말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해 5억114만달러(약 614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판결을 근거로 김정은 정권이 전 세계에 은닉해 둔 자산을 추적하고 있다. 이씨 측은 현재 국제법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번 사건을 국제 사회에 공론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5분간 외교부 청사에서 이씨를 비공개 면담했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서 끔찍한 살해를 당했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월북 프레임’을 발표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에 강력히 항의하거나 성명서를 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 관련 질의를 받고 “피해자 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십분 공감한다”며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했다.

 

아래는 이씨가 웜비어 부모 앞으로 보낸 편지의 전문 (한/영)

친애하는 웜비어 부모님께

먼저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똑같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저 역시 프레드, 신디 웜비어 두 분을 향한 무한한 연대의 정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제 동생은 공무 수행 중 차가운 바다에 빠져 30시간 넘게 표류했습니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후에는 6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끌려만 다니다 그대로 총살되었고 시신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태워졌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북한 정권이 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 정부는 동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수차례 우리 정부에 최소한 유가족에게라도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기다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고 북한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 정부는 오히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동생을 자진 월북자로 몰아붙여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월북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 두려워 동생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여덟 살난 딸은 아직도 제 아빠가 살아있는 줄 압니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두 분께서 전 세계에 북한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신 것처럼 이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져 정의가 찾아오겠지요.

오늘은 동생이 우리를 떠난 지 한 달째 되는 날입니다. 웜비어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불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저의 굳은 연대를 맹세합니다.

이래진

 

Dear Mr. and Mrs. Warmbier

I first would like to express my deep gratitude for your warm condolences and support to me and my family. We lost our loved one as a result of North Korea’s crime against humanity as you have. I too feel a sense of boundless solidarity with you in this tragic sorrow.

My brother, who worked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drifted over 30 hours after falling into the cold sea in the line of duty. After being discovered by the North Korean forces, he was kept in the water and dragged around for six hours before being executed. His remains were burnt in the name of COVID-19 prevention.

I want to know the truth. Why did North Korea brutally murder my brother? What efforts were made by my government to save my brother’s life? I have asked my government a number of times to disclose the information related to my brother’s death, at least to the surviving family members, but received no response other than to simply wait.

I had expected my government to be at the forefront of investigating my brother’s death and holding North Korea accountable; instead, it has dishonored my late brother by claiming that he had tried to defect to North Korea without clear grounds. We cannot even make public my late brother’s name for fear of being blamed as a defector’s family. His eight-year-old daughter still does not know that her father is dead.

It has been a difficult and painful time, but your letter has given me renewed strength. By not giving up, as you have in revealing North Korea’s atrocity and reality to the world, someday the truth of my brother’s case will see the light and justice will prevail.

Today marks the one-month anniversary of the loss of my brother. We would like to express our respect to the undaunted courage you have shown, and pledge my firm solidarity with you.

Lee Ra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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