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선이 항로 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복귀했지만 해경은 이 사실을 몰랐고, 군은 늑장 조치한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군과 해경은 최근 NLL 일대에서 북한에 사살·소각된 공무원 이모씨의 시신 수색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렇게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군·경의 대응은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1일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가까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40대 공무원 한명이 실종됐다. 군은 "실종자가 이튿날 오후 북한 해안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 고속정이 항행하는 모습/연합뉴스
지난 21일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가까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40대 공무원 한명이 실종됐다. 군은 "실종자가 이튿날 오후 북한 해안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 고속정이 항행하는 모습/연합뉴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낮 12시 45분 서해 우도 서남쪽 6.5㎞ 해상에서 어선 ‘광성 3호’가 군의 레이더 감시 장비에 처음 포착됐다. 당시 광성 3호가 포착된 지역은 서해 조업한계선(NLL 이남 18.5㎞)을 이미 7.4㎞가량 넘은 곳이었다.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으면 해경은 이를 제지하거나 군에 즉각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군은 당시 해경에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이 1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은 뒤늦게 대응했다. 군은 최초 포착 당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9분 뒤인 12시 54분 다른 레이더에 같은 선박이 또다시 포착되자 어선위치발신장치를 통해 문제의 배가 광성 3호인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12시 56분부터 무선망과 어선통신망을 통해 50여 차례 이상 광성 3호를 호출하고 남쪽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지만, 외국인 선원만 탑승 중이었던 이 배는 오후 1시쯤엔 아예 NLL을 월선해 북상했다.

광성 3호의 선원들은 한국인 선장이 외부에서 GPS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로 선원들에게 연락을 취하자 NLL 이남으로 내려왔다. 외국인 선원들은 “GPS를 볼 줄 모르고, 항로를 착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호출을 50여 차례 이상 했는데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승선 검색을 했는데 통신기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북한은 어선이 NLL을 넘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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