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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부모의 편지 “국민의 부당한 희생땐 대통령이 나서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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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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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북한에 17개월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지난달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총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유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의 굳은 연대를 맹세한다(pledge our solidarity)”고 했다.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최근 “웜비어 가족과도 연대·공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답신 차원이다.

아들 오토 웜비어(왼쪽)와 아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려 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모습./AP 연합뉴스
아들 오토 웜비어(왼쪽)와 아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려 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모습./AP 연합뉴스

웜비어 부부는 18일 본지에 공개한 A4용지 한 장짜리 편지에서 “우리도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와 거짓말의 피해자였다”며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웜비어 부부는 “국민이 외부의 적대적 행위로 다치거나 죽었을 때, 지도자가 나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한국 대통령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이들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그들과 함께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북한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토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훌륭한 청년이었고,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잔혹한 고문을 받아 죽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덕분에 북한이 우리 아들에 관해 했던 주장(보툴리누스균 감염에 의한 뇌 조직 손상)은 현재까지도 명백한 거짓말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피살 공무원 유가족 뜻에 따라 이번 사건에 국제사회의 개입과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6개 기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 “국민이 부당한 이유로 희생되면 끝까지 책임 물어야”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18일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일”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 이유이자 지도자의 기본 책무”라면서 “국민이 부당한 이유로 희생되면 (대통령이 나서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공무원 피살 사건이 난 지 20일이 되도록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북한에 별다른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2016년 당시 북한에 억류된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 학생인 오토 웜비어(21)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2016년 당시 북한에 억류된 미국 버지니아대 3학년 학생인 오토 웜비어(21)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웜비어 부부는 2017년 아들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쏟은 노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부부는 “대통령과 정부는 오토를 위한 정의(正義)를 찾는 일에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다”며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렸고, 미국 내 북한 자산을 압류했으며,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로 꼽히는 ‘오토웜비어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연두교서에서 대통령이 우리 아들을 기렸을 때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부부는 “(미·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상할 수 있지만 김정은 정권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계속해서 메시지를 내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게 지도자의 일”이라고 했다.

웜비어 부부의 편지는 북한의 서해 만행 이후 이 같은 선진국의 대응 원칙과 반대로 움직이는 우리 정부를 사실상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밝힌 뒤 한 장짜리 타이핑 된 답장을 보냈을 뿐이다. 정부도 규탄 성명을 내고 유엔 등 국제 사회와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했어야 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상 무대응인 셈이다.

◇ 선진국 “국민 목숨은 끝까지 지킨다”… 文 무대응과 대조

여권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으로 삼자고 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월북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2018년 1월30일(현지 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 발표를 참관한 신디, 프레드 웜비어 부부가 청중의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8년 1월30일(현지 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 발표를 참관한 신디, 프레드 웜비어 부부가 청중의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국민의 목숨은 끝까지 지킨다’는 선진국 정부와 대조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여행 도중 피랍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최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특공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에도 아프리카 말리에서 4년째 억류된 75세 프랑스 여성을 구출하며 “프랑스인 인질이 한 명도 없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취임 일성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다. 최근엔 납북자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다른 나라 장관까지 등장시켰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영상에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압박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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