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4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 우리 측의 조기 전환 추진 입장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이 조건 완화 등 전작권 조기 전환 의지를 드러낸 반면, 미국은 전작권 전환에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을 내놔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욱 국방장관은 SCM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 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을 충분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는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혀 미 측 입장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미 측은 2018년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코로나 사태 및 한국 내 훈련여건 미비로 인한 주한미군 훈련 부족, 지난 10일 열병식 때 등장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장에 따른 북한 핵·미사일 위협 증대 등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 조기 충족이 어려워졌다고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을 ①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충족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전환키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 및 여당 일각에선 최근 “3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이달 초 국회 국정감사에서 군 수뇌부로는 처음으로 전환 일정이 지연될 경우 한·미가 합의한 조건을 수정·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 측의 강력한 반대로 이런 움직임엔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측은 내년 3~4월 한·미 연합 연습 때 전작권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훈련이 실시되기를 희망해왔지만 이번 공동성명에선 이 같은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