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15일 북한의 우리 해수부 공무원 살해에 대해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며 “책임을 묻고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OHCHR 보고서에서,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 군인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민간인을 불법적·자의적으로 사살한 사건”이라며 “국제인권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할 공정한 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은 사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가족에게 배상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재발 방지 대책의 예로 월경자 취급 정책의 재검토를 거론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 1㎞ 내에 접근하는 사람을 이유 불문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는 사건에 대한 모든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국제적 의무를 따르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한국 역할론을 언급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번 사건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진상을 규명하고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금껏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유엔에 조사를 촉구할 의사가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일단 사실 파악을 더 꼼꼼히 한 다음에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OHCHR 부대표를 지낸 강 장관이 친정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셈”이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주무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OHCHR 보고서는 오는 23일 제75차 유엔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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