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국민의힘 양측에서 욕을 하더라도, 정의당 입장을 분명히 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당·국민의힘 양측에서 욕을 하더라도, 정의당 입장을 분명히 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권영길 전 의원이 2000년 출범한 민주노동당 초대 당대표에 선출됐을 때 그의 비서 김종철은 서른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김종철은 지난 9일 민노당의 맥을 이은 정의당 당대표에 선출됐다. 김 대표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을 한 199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의 뒤를 이은 한국 진보 정치 2세대가 정의당의 리더로 등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진보 진영의 금기(禁忌)를 깨겠다”면서 노동·연금 개혁 등을 언급했다. 그는 14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는 “이제 진보 진영도 솔직해질 때가 됐다”며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유세만으로는 안 된다. 증세를 한다면 고소득층만이 아니라 중산층, 저소득층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로 불린 데 대해 “앞으로 정의당 입장을 분명히 낼 것”이라며 “민주당·국민의힘 양측 지지층에서 욕을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철 대표 선출이 갖는 의미는.

“정의당 지지자들이 선명한 정책을 내걸고 담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본다. 심상정·노회찬으로 대표된 정의당에서 새 인물의 등장을 보고 싶어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진보 정치의 금기를 깨겠다고 했는데.

“진보 진영도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가 됐다. 예를 들어 복지 확대나 부의 재분배를 위해 국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그런데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상위 1% 부자들의 세금만 올린다고 해결할 수 없다. 증세를 한다면 모든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

―부유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건가.

“세금은 사회적 연대 성격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30% 이상이 세금을 안 내는 상황이다. 증세를 한다면 이들도 일부 세금을 내고 부유층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중산층, 서민들의 세금도 일부 올려야 한다. 부유세가 듣기엔 시원해 보이지만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민주당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을 회피하는 건 비겁하다.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민주당 2중대'를 탈피하겠다고 했는데.

“정책뿐 아니라 정치 현안에서도 정의당다운 목소리를 낼 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국민의힘 2중대냐’라는 소리가 나와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입장인가.

“내년 보선은 민주당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다. 그런 선거에 후보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민주당이 만들었으면 지키는 게 옳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다만 북을 향해 할 말은 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노동 개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실업 보험 확대, 노동이사제 도입, 국가가 재취업 교육 부담,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구축된다면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노동 개혁 의지가 있다고 보나.

“민주당에서 노동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안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은 경제 3법 논의를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다.”

―정의당의 경쟁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보수화했음을 보여주려고 이 지사를 거론한 것이다. 기본소득제 등 상대적으로 정책적 과감함을 보여주는 이 지사가 경쟁 상대라고 본다.”

―국민의힘에는 경쟁 상대가 안 보이나.

“개인적으로 김세연 전 의원을 주목한다. 현재의 국민의힘 노선과 비교할 때 전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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