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 /뉴시스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 /뉴시스

북한이 지난 주말 열병식에 대거 등장시킨 신형 방사포·전차 등 재래식 전력은 전문가들이 ‘환골탈태’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세계 최대라는 신형 ICBM·SLBM만이 아니다. 열병식에는 북이 지난해 집중적으로 시험 발사해 정밀도를 높인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대구경 조종 방사포가 다양한 개량형으로 등장했다.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직경 600㎜급 방사포는 우리 남해안까지 사정권에 둔다. 이 미사일·방사포 수십 발을 섞어 쏘면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의 신형 전차는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능동방어체계, 기동 간 사격을 가능케 하는 포구안정화장치를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유사한 신형 8륜 장갑차는 전차포 및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했다. 신형 이동식 대공 레이더, 트레일러 차량 탑재형 신형 지대공미사일도 처음 나타났다. 얼핏 보면 중국군처럼 보일 정도다. 북이 일부 무기를 미완성 상태에서 선전용으로 내보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 대한 위협이 증대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 군도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정권이 평화쇼를 벌이는 동안 3대 한·미 연합 훈련은 모두 없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육·공군은 미군과 지난 3년간 제병(諸兵) 협동 훈련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아 주한미군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지경에 왔다. 이렇게 훈련을 제대로 못해 한국군의 연합 작전 수행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완화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골대를 옮겨 골을 넣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안보인가.

정권과 정치인들이 한눈을 팔 때도 군(軍)만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방부는 북 열병식 후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했다. 적(敵)의 선의에 기대한다고 선언한 세계 최초의 군일 것이다. 우리 국민이 북에 총살당하고 불태워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도 “설마 죽일 줄은 몰랐다”고 한 게 우리 군이다. 북이 우리를 폭격한 뒤에도 “설마 쏠 줄은 몰랐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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