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여당은 12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전략 무기를 대거 공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틀 만에 “남북이 손잡을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며 ‘종전 선언’ 띄우기에 나섰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ICBM과 남한을 겨냥한 신종 무기를 줄줄이 선보였는데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던진 “남북이 손잡자”는 메시지에만 의미를 부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신형 ICBM 등과 관련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다시 두 손을 맞잡을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 관계의 숨통을 틀 수도 있는 긍정적 발언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신형 무기만 주목하고 김위원장 연설 내용은 모른 척하는 것은 수박 껍데기만 보고 초록색 운운하는 것”이라며 “종전 선언은 지금 꼭 필요하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정은의 대남 메시지와 관련해 “환경이 조성될 경우 남북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코로나 상황이 하루빨리 진정돼 남과 북이 서로 손잡고 협력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 고위 관리를 접촉한 결과 북한만 동의한다면 미국은 종전 선언에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메시지와 관련해선 “새로운 돌파구를 보이는 문맥”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정은 대남 유회 연설에 전날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정부와 여권 지도부가 일제히 김정은에게 적극 호응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 열병식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는 최근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혀오신 기조대로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총살 및 시신 소각 사건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반도 종전 선언’을 강조하면서 “북한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 ‘공동 조사’ 요청(9월 27일)에 보름 넘게 침묵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북한의 응답만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연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여권 인사들의 장외 여론전은 이어지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란 말 속에는 내년 이후 남북 관계를 고려한 복선이 있다”며 “2021년부터는 좀 부드러워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 메시지는 ‘우리는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 억제력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 남북 대화가 복원되고 환경이 조성되고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 상호 협력이 계속되길 원한다’는 것”이라며 “도발을 하지 않고 대화·협상을 이어나가려는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종전 선언은 종전이 아닌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행위로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간 의견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종전 선언만 하자고 애걸하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계속 북한의 눈치만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북한의 ICBM 공개, 김정은 메시지와 관련해선 “명백한 군사 합의 위반이자 안보 위협”이라며 “우리 국민을 총살해놓고 남녘 동포 운운하는 악어의 눈물에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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