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리들을 속여 가짜 무기 거래를 성사시키고, 북한 당국이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출연자들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해 몰래 촬영하는 이른바 ‘언더커버’(undercover filming) 방식으로 찍은 영화다.

 /BBC 홈페이지
/BBC 홈페이지

영국 BBC는 11일(현지 시각) “덴마크 영화감독 매즈 브루거가 3년에 걸친 함정 취재를 통해 북한이 어떻게 국제법을 위반하는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첩자(the Mole)’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BBC가 일부 장면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화에는 독재 체제에 매력을 느낀 요리사가 위장 신분으로 스페인의 친북 단체 ‘조선친선협회’에 잠입해 무기 거래상을 소개하고 밀거래를 주선한다. 무기 거래상으로 위장한 전직 프랑스 외인부대원은 평양 교외의 연회장에서 무기 거래 계약서를 교환하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이외에도 우간다에서 만난 북한 무기상들이 시리아로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느냐 묻는 장면, 북한이 아프리카의 한 리조트를 사들여 무기와 마약을 제조하는 비밀 공장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는 장면 등도 나온다. 브루거 감독도 신분을 속인 채 북한 외교관을 만나 비밀 문서를 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다.

이 영화에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이 밀거래하면서 촬영을 허락하는 것이나 무기 거래상이 북한 관리들의 압박에 즉석에서 기업 이름을 지어내는 장면 등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친북(親北) 인사로 영화에 북한 군복 차림으로도 등장하는 스페인 귀족 카오 데 베노스 조선친선협회장은 “이 영화는 매우 편파적이며 조작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휴 그리피스 전(前)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조정관은 BBC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내용들과 일치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창피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