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이례적으로 심야에 진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 앞서 진행한 연설에서 대북 제재, 코로나19 방역, 홍수 같은 자연재해 등 3중고와 어려움을 강조했지만 ‘경제 성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력’ 발전을 당 창건 75주년의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불꽃놀이와 함께 진행된 심야 열병식은 경제 실정(失政)은 감추고 핵무력만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 성격이었다.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이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뉴시스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이 10일 새벽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은 연설에서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언제나 제대로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했다. 정보 소식통은 “올해 김정은의 유일한 경제 분야 성과로 내세우려던 평양종합병원도 경제난 때문에 완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적 실패를 심야 조명쇼로 덮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과거 대낮에 열병식과 경축 행사를 별도로 진행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야간행사로 통합 진행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특색 있게 치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와 김정은의 일정, 예산 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심야에 일부 축소된 인원으로 행사를 집중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원은 "LED 조명, 드론 등 새로운 장비를 사용하여 행사에 대한 집중도와 전략무기의 위압감이 부각된 화려한 축제로 추진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일성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군인과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김정은의 연설 내용에 꿰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행사에 평양 주재 외교관은 물론 해외 인사를 한 명도 참석시키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코로나 외부 유입에 대한 경각심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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