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무기가 대거 등장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대미 협상 중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만큼 국제사회가 북한과 손을 잡고 제재 ‘구멍’ 역할을 자처하는 일부 국가 또는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당간부들과 열병식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있다./조선중앙TV
지난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당간부들과 열병식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있다./조선중앙TV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 패널 보고서와 대북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고무 제품, 시계 부속품 등 무기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민간 제품을 해외 각지에서 밀반입하거나 중국·시리아·이란 등 군사협력국으로부터 초기 조립 단계의 무기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지난달 초 “무심코라도 미사일 관련 기술·장비를 조달하려는 북한을 돕지 말라”며 다름 아닌 ‘산업계’에 주의보를 내린 것도 밀수 작업이 민간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무해하게 보이는 물품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다”며 이동식 발사대(TEL)로 전용될 수 있는 임업용 다축(多軸) 트럭과 미사일 연소관을 만들기 위한 탄소섬유 등을 언급했다. 대북 조달 사업에는 중국 업체가 자주 연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일부 국가가 의심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소홀히 하는 점을 이용해 차량이나 일부 무기 부품을 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정은의 방탄 벤츠 차량은 대북 제재망이 강화하는 시기에도 유럽에서 구입돼 부산항, 러시아 나홋카항 등을 거쳐 북에 들어갔다.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 추진 수류탄(RPG) 3만개가 이집트로 수송되다가 미국 정보기관에 적발된 적도 있었다.

북한이 제3국으로 위장한 선박으로 이란·시리아 등 반미(反美) 국가들과 미사일 부품 등을 주고받는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불법 외화 벌이, 해상 환적을 통한 석탄·정제유 등 연료 밀수입은 무기 전용 물품 구입비 등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부분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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