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방일보
서욱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방일보

서욱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에 사살·소각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가 북측 해역으로 넘어갔을 당시 국제상선통신망으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첩보를 가지고 북측에 구조 요청을 하기엔 리스크가 있었다”고 했다. 첩보 자산의 노출을 우려해 북측에 이씨 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서 장관은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초기 보고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서 장관은 이날 이씨 실종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난달 21일 북측에 신속히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지적에 “(실종 당일엔)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판단을 못 했다”며 “최초에 월요일(9월 21일)에 보고받고 북측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한테 물어봤는데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 이렇게 보고를 받고 그때는 통신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이 이씨 최초 실종 당시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받은 건 정부가 사건 초기 이씨 실족(失足) 등의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뒀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이번 사건을 공개하며 이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에서 발견된 슬리퍼를 실족이 아닌 월북의 증거라고 발표했는데 처음엔 이와 같은 증거가 월북과 관련됐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결국 월북 정황으로 정부가 얘기했던 슬리퍼 등의 증거가 뒤늦게 월북의 근거 중 하나로 짜맞춰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국방부는 “해경이 수색 작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공유된 상황으로, 합참에서 ‘조류의 흐름을 고려 시 북측으로 표류해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서 장관은 정보 당국의 첩보를 통해 이씨의 북측 해역 표류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서 장관은 하태경 의원이 “국제상선통신망이 북한 배에도 들리느냐”고 묻자 “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제상선통신망은 서로 다른 국적의 배들이 연락하기 위해 사용하는 국제 표준 통신 채널이다. 하 의원은 “월요일(9월 21일) 점심때쯤 실종 신고가 났고, (이씨가) 배에 없으면 바다에 있는 거고, 그러면 북한까지 갈 가능성이 있으니까 북한한테 (국제상선통신망으로) ‘실종자가 있다. 혹시라도 발견되면 협조하라’고 당연히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 의원은 “북한은 2019년 6월 11일 자기네 배가 표류해서 남쪽에 대고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배를) 인계하라’고 요청했었다”며 북한조차 두 차례에 걸쳐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북한 주민 구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서 장관은 “저희들이 첩보를 가지고 북측에 액션(구조 요청)을 취하기에는 조금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번 상황은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인원에 대한 것으로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또 당시에는 우리 첩보 자산이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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