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아들 이군은 “(부친은)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국민이었다”며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실종된 이씨가 북 해상에서 발견된 사실을 우리 군이 파악한 것은 북한군에게 사살되기 6시간 전이었고, 청와대에 보고된 것은 3시간 전이었다. 김정은과 잘 통한다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면 최소한 이씨가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6시간 ‘골든타임’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려버리고 말았다.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는 채널이 있었는데도 우리 국민 안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미 연합 정찰 자산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군은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래 놓고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했다.

사살·소각된 이후 청와대에서 안보장관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무원의 처참한 죽음은 다음 날 아침에야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잠자는 대통령을 깨우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늦게 보고됐다는 청와대 말이 거짓이기를 바란다. 국민이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관저에서 잠을 잤다는 것은 차마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다음 날 음악 공연을 보러 갔다. 이 놀라운 행태를 보면 잠을 잔 것이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죽은 이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죽임을 당할 때 대통령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있다. 이 피눈물과 같은 물음이 파장을 일으키자 문 대통령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답했다. 이 대답엔 문 대통령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사건 직후 북한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북이 “미안”이라고 하자 “긍정적”이라고 화답했다. ‘긍정적’이라던 사람이 이제 와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이것은 양립할 수 있는 감정인가. 아들 이군은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 물음에도 답하라.

정권과 군·해경은 일찌감치 공무원 이씨를 월북자로 단정했다. 월북 여부는 북한군의 사살·소각의 본질도 아니다. 월북자는 바다에서 건지지도 않고 쏴 죽인다음 불태워도 되는가. 이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문 대통령과 정권은 이 가족이 당하는 고통에는 조그마한 관심도 없이 자신과 정권의 책임을 줄이려는 계산부터 했다. 이씨 아들은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절규에는 누가 답할 수 있나.

“나라는 뭘 했나”라는 이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은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한다. 무슨 조사를 하는 것이며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인가. 북한과 김정은에게 면죄부를 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건가. 군과 해경이 수색하는 것은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다’는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기 위한 쇼 아닌가. 그조차 “영해를 침범 말라”는 북한의 적반하장 엄포에 NLL 까지는 가지도 못한 채 한참 못 미친 남쪽에서 수색 쇼를 하고 있다. 북한 군의 눈치를 보느라 야간 수색에 필수인 조명탄도 쓰지 못하고 있다 한다.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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