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알려지자 남북 정상은 나란히 쾌유를 기원하는 전문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 달리 북한과 ‘톱 다운(top down)’ 방식의 외교를 추진하면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은 물론 친서를 교환해왔다.

수행원 물리고 도보다리 ‘벤치 회담’… 30분간 무슨 얘기?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4시 42분쯤 군사분계선(MDL) 표지가 있는 ‘도보다리’ 끝 벤치에 앉아 단독 회담을 하고 있다. 배석자 없이 이뤄진 이 대화는 약 30분간 이어졌다. 이런 형식의 남북 정상 단독 대좌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약 2시간 10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 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2일 위로 전문을 띄워 “우리 내외는 대한민국과 함께 대통령님과 여사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드리며, 가족들과 미국 국민들에게도 각별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이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각하,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뜻밖의 소식에 접했다”며 “하루빨리 완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적었다. 또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에 걸린 외국 정상에게 공개적으로 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 제재·코로나·수해 등 삼중고(三重苦)로 북한이 올해 대외 행보를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김정은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정상회담을 통한 극적 타결을 노려왔던 트럼프와 달리 북한 문제에서 국무부 관리를 앞세워 실무 협상을 하는 전통적 ‘바텀 업(bottom up)' 외교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미국의 대북 외교 정책 기조가 제재·압박 위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이번 확진이 미 대선 판도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 으로 남북 관계의 전기(轉機)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올해 7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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