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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협도 관용하고, 제 국민 건드려도 아무 대가 요구 않는 나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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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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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이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찾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 청와대와 군이 해경에 이 공무원의 북 나포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해경은 70시간 동안 엉뚱한 곳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해양경찰청이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찾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 청와대와 군이 해경에 이 공무원의 북 나포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해경은 70시간 동안 엉뚱한 곳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최초 발견해 사살하기까지 상당 시간 동안 신원을 확인하고 한때 구조하려 시도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국방부가 28일 밝혔다.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군에 발견돼 그로부터 6시간 뒤 피살되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북이 우리 국민을 구조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돼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하더니 이제는 ‘북의 구조 시도’를 운운하며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려 한다.

정부는 북한군의 사살, 시신 소각 사실을 24일 오전 11시에야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군이 관련 정보를 이틀 동안 움켜쥐고 있다 뒤늦게 국민에게 알렸다. 국민만 속은 것이 아니다. 공무원 실종 사실이 알려진 후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양경찰청도 관련 정보를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살 현장에서 수십㎞ 떨어진 엉뚱한 곳에서 70시간 넘도록 실종 수색 작업을 계속 벌였다고 한다. 해경은 국방부 공식 발표 직후에야 수색을 중단했다.

국민 목숨이 달린 일에서 정부 기관끼리의 정보 공유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해경이 제때 정보를 전달받았더라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NLL까지 진출해 대북 통신이든 방송이든 수단을 통해 구출 작업에 나설 수도 있었다. 우리 군은 북한군 통신 정보 등을 감청해 나포, 피살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구조 조치를 하지 않더니 현장에 나간 해경에도 관련 정보를 전혀 넘기지 않았다. 이 문제가 남북 관계의 변수가 되기를 원치 않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가 밝힌 대로 북한군이 처음엔 구조 시도를 하다 ‘상부’ 지시로 돌변해 사살에 나섰을 수 있다. 뒤늦게나마 김정은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6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실종된 사람을 돌려보내달라고 요청했으면 그는 최소한 참혹하게 살해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국민들은 우리 공무원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6시간의 ‘골든 타임’을 청와대와 정부가 무슨 이유로 허비했는지에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나포 행위가 이뤄진 지 3시간 뒤에 보고받았다. 군 통수권자라면 즉각 구조 지시나 대응을 명령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실종된 지 일주일(170시간) 만인 28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라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이라는 것은 실종 공무원이 월북했으니 자신과 정부에 책임이 없지만 어쨌든 미안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날도 북한의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한 북이 “미안”이라고 하자 “긍정적”이라고 한다. 앞으로 김정은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만행을 또 저지르고 “미안”이라고 하면 다시 “긍정적”이라고 할 사람들이다. 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관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을 건드리면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북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관용을 받고, 한국민을 건드려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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