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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위 상관없이 애도… 남북관계 반전 기대”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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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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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9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총격 살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언급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개 석상에서 육성(肉聲)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변인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 발언을 통해 유족에 대한 위로와 대국민 유감 표명을 했지만, 도발 주체인 북한에 대한 규탄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대신 이번 사건이 남북 대화 복원과 연락 채널 복구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회의장에는 ‘나라답게, 정의롭게’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라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후반부는 대북 관계 관리에 할애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미안하다’는 뜻을 담은 통전부 명의 통지문을 언급하며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한 것에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북한의 통지문 이후 문 대통령이 양 정상의 친서 전문(全文)을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비극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 합의는 물론 국제법을 어긴 반인륜적 도발을 한 것에 대한 규탄 없이, 이번 사건을 ‘희생’ ‘비극’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기나긴 분단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의 기록이었다”며 “이번 사건과 앞으로의 처리 결말 역시 분단의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북한에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공동조사 요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적어도 남북 군사통신선만큼은 우선 복구해 재가동할 것을 북에 요청한다”고 했다.

청와대 회의에서 유족과 국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위로와 유감 표명은 있었지만, 총격 살해된 우리 공무원에 대한 묵념 같은 의식(儀式)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영흥도 낚싯배 침몰 직후에 열린 청와대 회의 때는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한국인들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때는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현지에 신속 대응팀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국가’ 대신 ‘정부’, 그리고 ‘무한 책임’ 대신 ‘책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3년 전과 달리 묵념 의식을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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