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북한에서 풀려난 김학송(왼쪽에서 셋째) 선교사가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군 기지로 마중 나온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 선교사 왼쪽은 함께 풀려난 김동철 목사이고, 오른쪽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다. 김 선교사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7~8년째 억류 중인 국민 6명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2018년 5월 북한에서 풀려난 김학송(왼쪽에서 셋째) 선교사가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군 기지로 마중 나온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 선교사 왼쪽은 함께 풀려난 김동철 목사이고, 오른쪽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다. 김 선교사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7~8년째 억류 중인 국민 6명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평양을 떠나는 비행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 도착하니 다음 날 새벽 2시 40분쯤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김학송(57) 선교사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2018년 5월 9일 북한 억류 1년 만에 풀려나던 당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선교사는 당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북한이 석방한 3명의 미국인(김동철·김상덕·김학송)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기내까지 들어와서 북한에서 풀려난 우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당신은 영웅’이라면서 악수를 청하더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었다”면서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부모·자녀 사이와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적만 미국이지 저는 미국을 위해 한 일이 없어요. 그런데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저를 구출해줬어요. 미국은 국민을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중국 옌볜에서 태어난 김씨는 농대를 졸업한 뒤 중국 투먼시 농업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5년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신학을 공부했고 10여년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선교 활동을 하던 그는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 농생명과학부 실습농장에서 근무하며 농업 기술을 가르치다가 2017년 5월 6일 느닷없이 체포돼 독방에 갇혔다. 한국과 중국의 지인들에게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아 최고 존엄 모독죄, 공화국 비방죄 등의 혐의를 씌운 것이다.

그는 지난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서 사살된 소식을 접하고 “정부가 월북 등 과정을 따지는 것을 보며 모든 책임을 죽은 사람에게 돌린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가 주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사과문을 보냈다고 정부가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어요. 사망한 국민의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죠.” 그는 또 “대통령의 친척이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도 정부가 이렇게 남의 일처럼 대하겠느냐”고도 했다. 김 선교사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민 6명에 대한 석방 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013~2014년에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강제로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을 촉구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현재 8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 선교사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김원호·고현철·함진우씨 등 6명의 국민이 7~8년째 억류돼 지옥 같은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그렇게 많이 만나고도 왜 붙잡힌 국민을 풀어달라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진정한 사과 의사가 있다면 억류된 국민 6명을 하루빨리 석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면 자격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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