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반대에도 ‘한반도 종전 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 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 상정을 강행했다. 북한군이 지난 22일 서해에서 표류 중이던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지 엿새 만이다. 민주당은 A씨 피살이 확인된 직후 주장했던 북한 규탄 결의문 채택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을 규탄하기보다 대북 지원 등 평화 프로세스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종전 선언 결의안과 개별 관광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위원회에 회부된 지 50일이 지난 결의안은 자동으로 상정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야당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피살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상정에 강력 반대했다. 국회법에는 ‘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합의할 경우에는 결의안 등 안건을 자동 상정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은 결의안 상정을 선언하고 대체 토론을 강행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애초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북한군의 A씨 총살 등을 규탄하기 위해 제안된 ‘북한의 대남 도발 규탄 및 북핵 폐기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기 위해 본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을 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이에 난색을 보였고, 양당은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종전 선언 촉구 결의안과 개별 관광 촉구 결의안, 대북 규탄 결의안 상정을 놓고 대립했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종전 선언 결의안과 개별 관광 결의안에 대해 “두 결의안은 최근 벌어진 우리 국민에 대한 무참한 북한의 만행에 비추어볼 때 좀 더 심도 있는 검토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북한에 의해 우리 국민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는데도 이런 결의안들이 그대로 상정된다면 과연 우리가 북한한테 어떤 시그널(신호)을 주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상정 철회 절차는 국회법에 없다”며 이 결의안들에 대한 대체 토론에 들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상정이 두 결의안을 곧바로 처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두 결의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해 당분간 처리하지 않고 두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018년 이맘때 종전 선언이 이뤄졌다면 이번 불행한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 더 (종전 선언 촉구 결의안을 처리할) 때”라고 했다. 결국 두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법에 따라 ‘안건 조정 신청’을 하면서 이날 처리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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