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서울 양천구 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020.9.23.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서울 양천구 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020.9.23. /국회사진기자단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에 대해 여권(與圈)에서 잇따라 ‘화장’(火葬)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서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며 “관련되는 제반 문제를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신속히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우리 군은 북측이 지난 22일 사살된 A씨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으며, 그 불이 40분 동안 관측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시신은 사라졌고, 부유물을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북한이 A씨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두고 ‘장례’를 의미하는 ‘화장’이라는 표현을 쓴 셈이다. 이 대표 페이스북 글엔 “소각을 화장이라 분 바르지 말라” 같은 댓글이 달렸다.

‘화장’이란 표현은 청와대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이 A씨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전하며 ‘화장’이라고 네 차례 언급했다. 취재진이 “화장으로 보나 시신 훼손으로 보나”고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훼손으로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어업지도선 선원 한 명이 월북을 했다가 북측에 의해 사살된 후 화장되었다는 끔찍한 뉴스를 접했다”고 했다.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도 지난 25일 라디오에서 북한이 A씨 시신을 불태운 것을 ‘화장’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 인사들이 북한의 잔혹성을 덮어주려 의도적으로 화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여권이) 사살된 분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그러니 북한이 희생자의 ‘장례(화장)’를 치러준 것이고, 김정은이 사과했으니 ‘희소식’이며, 그분의 희생이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는 둥, 해괴한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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