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첫 대면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니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즉각적인 발표보다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해 국민과 유족이 하루를 ‘깜깜이’로 보낸 것을 두고 늑장 대응 및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 관계를 최우선 순위로 두다 보니 소극 대응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군의 부실 보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은폐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진급 신고식에서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나 있는 길이 아니다”라며 군에 ‘안전판’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북한 도발과 군의 단호한 대응을 지시하는 긴장감은 없었다. 군 장성들도 “삼정검은 칼집 안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대통령 말씀의 의미를 새기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군의 최종 보고를 받고도 “첩보가 신빙성이 있느냐”고 다시 확인했고, 군은 “신빙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대신 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 소집을 지시하고 대국민 발표를 지시했다. 총격 만행이 벌어진 이틀 뒤였다.
문 대통령이 사건 이후 이틀 동안 대북 조치와 대국민 발표 대신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비판했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며 은폐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는 “최종적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북한과도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무리한 발표를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야 22일 밤부터 24일 오전까지 군의 보고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 등을 일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남북 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대화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4일에도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평양 정상회담 2주년과 유엔 연설을 통해 남북 및 미북 대화 재개를 모색했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의 총살 도발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될 일만 남은 것 같아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