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던 리정철이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됐던 리정철이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인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서 석방돼 북한으로 돌아간 후 중국에 머물면서 대북 물자 조달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2일(현지 시각) 북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리정철이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가서 활동을 재개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리정철은 2017년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에 암살됐을 때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다 추방된 인물이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당시 리정철이 거주하던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현금 3만8000달러(약 4400만원)와 PC, 태블릿 단말기, 휴대전화 등을 발견했다. 리정철이 북한에 돌아갈 때 반환했지만 이후에도 사본 분석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리정철은 말레이시아산 팜유 등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파악됐고 일본제 트레일러·크레인·굴착기 등의 사진이나 문서가 다수 확인됐다. 이 장비들은 제3국을 통해 이미 북한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분석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11일 리정철을 대북 제재 규정을 어기고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방법을 동원해 미화를 불법 반출하려 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리정철 등은 2015년 8월부터 최소 1년 동안 유령 회사를 설립한 뒤 미 금융망에 접근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금융 거래를 시도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북한 내 고객을 대신해 미 은행과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리정철 등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이들이 재판에 회부될지는 불투명하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미·중 대립이 첨예해지는 와중에 중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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